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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감자 향미는 좋은 것? 나쁜 것?
2015.08.07 Fri 1,608

기사 요약

아래는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의 커피향미에 대한 글입니다. 다양한 커피향미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비평은 커피뉴스 사이트 커피데일리에서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내용 중 일상적인 식재료 '감자'와 관련된 재미있는 주제가 있어 소개합니다. 커피에서 감자 향미가 감지될 땐 품질평가에 더욱 신중을 기할 일입니다. 감자의 느낌이 든다고 무작정 흙이 묻은 생감자의 아린 껍질을 떠올리며 ‘결점(Defect)’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삶고(Boiling) 굽고(Baking) 볶고(Roasting) 튀긴(Frying) 감자를 먹을 때, 과연 우리는 그 맛이 싫다면서 얼굴을 찡그리나요? 그런데 왜 유독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감자의 느낌이 든다”는 말이 나오면 약속이나 한 듯 혀를 차는 것일까요? 심지어 커피아로마키트 ‘르네뒤카페(Le Nez Du Cafe)’에 들어 있는 2번 병(Potato)의 향을 맡게 하고는 “이런 냄새가 나면 결점이 있는 커피다”고 가르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자에게 이런 푸대접은 억울합니다. ‘르네뒤카페’를 만든 프랑스의 장 르누아르(Jean Lenoir)가 2번 병에 담은 물질은 ‘메티오날(Methional)’입니다. 감자를 삶을 때 나는 향의 원인이 되는 물질입니다. 커피를 볶을 때 삶은 감자의 느낌이 드는 것은 메티오날이 생성됐기 때문입니다. 황(S) 분자를 함유하는 메티오날은 흙(Earthy), 유황(Sulphury) 등과 같은 향기 그룹(Aroma group)에 속합니다. 농도가 너무 진하면 자극적이고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르네뒤카페의 2번 병은 관능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이 향은 다른 향들과 어우러지면서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느낌을 자아낸다(It is enticing, striking even when it combines with others).”고 장 르누아르는 묘사했습니다.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는 감자향을 생두가 자라는 동안 효소작용에 의해 생성(Enzymatic)되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꽃향기(Flowery)-과일향기(Fruity)-풀향기(Herbal)와 같은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에스테르(Ester)와 알데히드(Aldehyde) 물질들이 효소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감자향은 풀향기에 속합니다. 이처럼 품질이 좋은 원두를 분쇄할 때 나오는 신선한 향을 묘사하는데 활용하는 감자향을 ‘디펙트(결점)’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입니다. 장 르누아르는 삶은 감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향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SCAA는 감자가 지닌 향미 중에서 완두(Garden peas)나 오이(Cucumber)가 주는 식물체의 신선한 면모를 감자향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음을 알려줬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아야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 과정을 공부하는 데 감자향에 대한 혼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Potato는 커피 향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다”거나 “감자향은 풀내, 잔디 깎는 냄새 등 부정적인 허비(Herby)와 같은 감각이며 일본에서는 중대한 결점으로 취급한다”는 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추정컨대, SCAA가 커피 향미의 결점만을 모아 만든 ‘커피테이스터를 위한 향미환(Coffee Taster's Flavor Wheel)’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향미환에는 ‘생감자(Raw Potato)’가 명기돼 있는데, 생두나 원두의 지방성분이 오래 보관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유기물질이나 냄새성분을 흡착하는 바람에 생기는 불쾌한 향인 것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커피 생두나 원두가 적정 기간을 넘기거나 보관이 잘못되면 이런 흡착 현상으로 인해 버섯이나 생감자, 콩내(Erpsig;엡시히;독일어)와 같은 땅의 느낌(Groundy), 젖은 토양(Wet soil)이나 부식토(Humus) 같은 흙내(Earthy), 먼지나 외양간(Barny) 냄새와 같은 탁한 인상을 줍니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품종으로 빚은 백포도주에서 간혹 감지되는 디펙트가 생감자향이기도 합니다. 포도알이 익을 때 잎을 잘 따주지 않아 햇볕을 덜 받게 될 경우 풀내 또는 피망의 자극적인 냄새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원인이 되는 물질은 생감자에 존재하기도 하는 메톡시피라진(Methoxypyrazines)입니다. 이 물질로 인해 잔디냄새, 풀내, 생감자향이 같은 계통으로 묶이게 되고 미묘한 흙냄새를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피를 마시고 품질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 감자향을 묘사에 사용하려면 보충설명을 하는 것이 친절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관능적으로 풀내나 아린 맛, 헛간의 흙냄새, 삶은 감자의 껍질을 씹는 듯한 불쾌함을 주었다면 그것은 메톡시피라진의 농도가 진한 데 따른 디펙트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싱싱한 오이를 잘랐을 때 발산되는 신선함과 같은 느낌이라거나 삶은 감자의 부드러우면서도 도타운 복합미가 떠올랐다면 좋은 커피의 지표로서 칭찬을 해주어도 좋겠습니다. [글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협회장, 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아래는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의 커피향미에 대한 글입니다. 다양한 커피향미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비평은 커피뉴스 사이트 커피데일리에서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내용 중 일상적인 식재료 '감자'와 관련된 재미있는 주제가 있어 소개합니다. 커피에서 감자 향미가 감지될 땐 품질평가에 더욱 신중을 기할 일입니다. 감자의 느낌이 든다고 무작정 흙이 묻은 생감자의 아린 껍질을 떠올리며 ‘결점(Defect)’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삶고(Boiling) 굽고(Baking) 볶고(Roasting) 튀긴(Frying) 감자를 먹을 때, 과연 우리는 그 맛이 싫다면서 얼굴을 찡그리나요? 그런데 왜 유독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감자의 느낌이 든다”는 말이 나오면 약속이나 한 듯 혀를 차는 것일까요? 심지어 커피아로마키트 ‘르네뒤카페(Le Nez Du Cafe)’에 들어 있는 2번 병(Potato)의 향을 맡게 하고는 “이런 냄새가 나면 결점이 있는 커피다”고 가르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자에게 이런 푸대접은 억울합니다. 1-4 ‘르네뒤카페’를 만든 프랑스의 장 르누아르(Jean Lenoir)가 2번 병에 담은 물질은 ‘메티오날(Methional)’입니다. 감자를 삶을 때 나는 향의 원인이 되는 물질입니다. 커피를 볶을 때 삶은 감자의 느낌이 드는 것은 메티오날이 생성됐기 때문입니다. 황(S) 분자를 함유하는 메티오날은 흙(Earthy), 유황(Sulphury) 등과 같은 향기 그룹(Aroma group)에 속합니다. 농도가 너무 진하면 자극적이고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르네뒤카페의 2번 병은 관능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이 향은 다른 향들과 어우러지면서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느낌을 자아낸다(It is enticing, striking even when it combines with others).”고 장 르누아르는 묘사했습니다.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는 감자향을 생두가 자라는 동안 효소작용에 의해 생성(Enzymatic)되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꽃향기(Flowery)-과일향기(Fruity)-풀향기(Herbal)와 같은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에스테르(Ester)와 알데히드(Aldehyde) 물질들이 효소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감자향은 풀향기에 속합니다. 이처럼 품질이 좋은 원두를 분쇄할 때 나오는 신선한 향을 묘사하는데 활용하는 감자향을 ‘디펙트(결점)’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입니다. 장 르누아르는 삶은 감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향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SCAA는 감자가 지닌 향미 중에서 완두(Garden peas)나 오이(Cucumber)가 주는 식물체의 신선한 면모를 감자향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음을 알려줬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아야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 과정을 공부하는 데 감자향에 대한 혼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Potato는 커피 향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다”거나 “감자향은 풀내, 잔디 깎는 냄새 등 부정적인 허비(Herby)와 같은 감각이며 일본에서는 중대한 결점으로 취급한다”는 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1-3 추정컨대, SCAA가 커피 향미의 결점만을 모아 만든 ‘커피테이스터를 위한 향미환(Coffee Taster's Flavor Wheel)’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향미환에는 ‘생감자(Raw Potato)’가 명기돼 있는데, 생두나 원두의 지방성분이 오래 보관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유기물질이나 냄새성분을 흡착하는 바람에 생기는 불쾌한 향인 것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커피 생두나 원두가 적정 기간을 넘기거나 보관이 잘못되면 이런 흡착 현상으로 인해 버섯이나 생감자, 콩내(Erpsig;엡시히;독일어)와 같은 땅의 느낌(Groundy), 젖은 토양(Wet soil)이나 부식토(Humus) 같은 흙내(Earthy), 먼지나 외양간(Barny) 냄새와 같은 탁한 인상을 줍니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품종으로 빚은 백포도주에서 간혹 감지되는 디펙트가 생감자향이기도 합니다. 포도알이 익을 때 잎을 잘 따주지 않아 햇볕을 덜 받게 될 경우 풀내 또는 피망의 자극적인 냄새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원인이 되는 물질은 생감자에 존재하기도 하는 메톡시피라진(Methoxypyrazines)입니다. 이 물질로 인해 잔디냄새, 풀내, 생감자향이 같은 계통으로 묶이게 되고 미묘한 흙냄새를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피를 마시고 품질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 감자향을 묘사에 사용하려면 보충설명을 하는 것이 친절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관능적으로 풀내나 아린 맛, 헛간의 흙냄새, 삶은 감자의 껍질을 씹는 듯한 불쾌함을 주었다면 그것은 메톡시피라진의 농도가 진한 데 따른 디펙트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싱싱한 오이를 잘랐을 때 발산되는 신선함과 같은 느낌이라거나 삶은 감자의 부드러우면서도 도타운 복합미가 떠올랐다면 좋은 커피의 지표로서 칭찬을 해주어도 좋겠습니다. [글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협회장, 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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